UN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는 지난 9월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에서 한국을 세계 5위로 발표하였다. 글로벌 혁신지수는 전 세계 132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혁신역량을 측정하고 평가해서 발표되는데, 우리나라는 스위스 스웨덴 미국 영국에 이어 5위를 차지한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1위였다. 싱가포르는 8위이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12위, 13위를 차지하였다.
올해 우리나라가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지식재산권 출원 증가 등 혁신 활동의 성과가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우리의 국내 지식재산권 출원(55만7229건)은 전년 대비 9.1% 증가하였으며 국제 특허출원(2만60건)도 5.2% 증가하였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지식재산 국제 출원건수가 줄어든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기술경쟁력 확보 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노력과 성과가 평가에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기구 평가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기는 했지만, 지식재산을 둘러싼 국제사회에서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신기술 등장과 함께 새로운 가치사슬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주요 열강들의 경쟁과 이로 인한 기술블록화가 심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신냉전'에 비유될 만큼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안보위원회(NSC)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의 추월을 막고, 관련 기술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에서 수출통제, 투자제한, 동맹국과의 협력체계 강화를 통한 자국의 기술 보호를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지나 핵심원천기술의 지식재산권 이슈가 국가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된 것은 지식재산의 위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우선 공급을 위한 각국의 행보를 보면 지식재산은 경제와 통상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민 보건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의 급증으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그에 따른 산업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신속하게 적응하는가가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규제 완화와 함께 신기술 발전 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지식재산 관련 법과 제도 혁신의 공진화(co-evolution)가 경쟁력의 관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가 지식재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위원회는 지식재산을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적합한 지식재산 전략을 수립하려고 한다.
위원회가 향후 5년간의 국가지식재산 전략으로 수립하게 될 '제3차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은 미래 대한민국 청사진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은 지식재산기본법에 의해 5년간의 국가 지식재산 중장기 정책목표와 기본방향을 정하는 법정계획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기본계획은 제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IP 국가경쟁력 확보를 비전으로 설정했다. 차기 기본계획에서는 국가안보와 경제발전 및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뒷받침하고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의 선진국 지위에 어울리는 유연한 국가지식재산 전략을 제시할 것이다.
지식재산 전략은 개인과 기업의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식재산 관련 법·제도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시의적절한 뒷받침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지식재산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꾸준한 우위에 서며 향후 초일류 선진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지식재산 전문가들의 지혜를 수렴하고 발명가와 창작자 그리고 기업과 소비자들이 지식재산의 선순환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출처] 이지털타이즘 입력: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