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면서 누가 과세 수입을 가져갈지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한 주요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해 누가 과세 권한을 갖느냐다. 이는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해 과세권 확보를 위해 나선 우리 정부로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 과세 당국이 부과하거나 징수한 세금이 부당하다며 이를 외국 기업에 돌려줘야 한다는 국내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세수를 모두 미국에 빼앗길 위험이 있다. 둘째, 구글세 도입도 중요한 이슈다. 최근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구글세` 과세 범위에 전자제품, 한류 콘텐츠 등 한국 주력 수출품이 추가되면서 앞으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등록 특허에 대한 과세 근거가 불분명한 탓에 세수가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일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 2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1년 삼성전자에서 지급받은 특허 사용료 690억원에 과세 당국이 부과한 법인세 113억원을 놓고 수원지방법원 행정2부가 부과 취소 판결을 내렸다. MS가 한국 정부에 낸 법인세 6000억원을 돌려 달라며 2016년 제기한 소송은 1·2심에서 정부가 패하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법원 판결이 나오는 가장 큰 근거는 한미조세조약이다. 국내에는 과세할 실체(등록특허)가 없고, 한미조세조약이 등록된 특허에만 과세할 수 있다고 명시했으니 미국에서만 과세할 수 있다는 게 법원 판결의 취지다. 정부가 마련한 세법 개정안은 법원 판결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미등록 특허를 `특허`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무형자산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특허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는 세수 관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특허 무역수지에서 29억392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미등록 특허에 대한 과세는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어 개별 국가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과세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 간 조세조약은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독일 특허도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 등록되지 않은 중국 특허를 미국 정부가 과세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도 존재한다.
우리 정부가 외국 기업의 미등록 특허에 대해 과세를 서두르는 것은 최근 OECD와 미국을 중심으로 제조 기업의 수출품에까지 `구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다. 그동안 디지털세 성격인 구글세 논의는 미국 거대 IT 기업들이 외국에서 거두는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지난 10월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데이터 수집·시장 조사·마케팅을 펼치는 `소비자 대상 사업`이라면 어떤 유형이라도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삼성, LG 등 국제적 인지도를 지닌 한국 기업 브랜드 등 무형자산이 사정권에 포함된 셈이다.
[출처] 매일경제 문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