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국내특허 독식…비상걸린 한국

구글은 최근 특허청에 `컨텍스트에 기초한 음성인식 문법 선택 기술`이란 제목의 특허를 등록했다.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사용자 음성명령을 듣고 사용자 위치를 파악한 다음 그 장소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방식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부산에 있는 사용자가 `시장`이라고 말하면 자갈치 시장이라고 알아듣고 명령을 수행하는 서비스다. 문제는 구글이 국내에서 `독점적·배타적 사용`을 의미하는 특허권을 확보한 이 기술이 구글만의 독창적인 게 아니라 AI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핵심 기반 기술 중 하나라는 점이다.

구글이 이 기술을 지난해 출원했을 때 특허청은 "(이 특허는) 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며 특허 출원을 거절했다. 일본과 유럽에 비슷한 기술의 특허가 존재하며 기술의 진보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구글은 올해 특허심판원에 특허 불복 신청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지난 6월 특허 등록 판결을 받아냈다. KT 융합기술원 소속 한 AI 전문가는 30일 "사용자 장소에 따라 문법을 선택해서 음성명령을 수행하는 기술은 KT 기가지니, SK텔레콤 누구 등 음성인식을 사용하는 AI 스피커 대부분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짜장면집 알려줘`라고 했을 때 사용자 장소를 파악해서 가장 가까운 곳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별히 고도화하거나 독창적인 기술이 아닌데 구글이 이미 특허를 선점했기 때문에 국내 경쟁업체들을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글이 음성인식·자율주행·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 분야에서 경쟁적으로 국내 특허 등록을 싹쓸이하고 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KIPRIS에 따르면 2001년부터 국내 특허 확보에 나선 구글은 2013년 204개, 2016년 262개 등 해가 갈수록 특허 출원을 늘리고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 특허권을 인정받은 `특허 등록 건수`는 2016년 128개, 2017년 144개로 증가했고 올 들어선 지난 26일 기준 162개로 역대 최대 규모 특허를 등록했다.

구글은 이달에만 자율주행 분야,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 각광받는 산업에 필요한 특허 3건을 등록했다. 현재는 구글 미국 본사 명의 `구글엘엘씨`로 국내에 등록됐거나 등록을 위해 공개된 특허만 1400개가 넘는다.

이미 미국에서 AI 특허를 다수 보유한 구글이 국내에 특허 등록을 늘리고 있는 것은 국내 시장에 대한 적극적 공세로 읽힌다. 특허는 본국에서 국제출원(PCT)을 했더라도 진출 국가의 특허를 획득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